제주건축 2010. 10. 28. 20:35

억새풀

 

                                            정선교

 

가을의 바람에 나를 맡기며

들꽃 피어난 도심의 길을 걸어본다.

 

가을바람에 온몸의 몸짓으로

아름다운 선율처럼 춤을추는 무리들.

 

하늘을 오려르다 고개꺽인

도시를 닮은 회색꽃.

 

꽃이라 하기엔 아름답지 않고

아나라 하기엔 서운할것같은 너.

 

부러질것 같은 아름답은 몸매에

 길게 뻗은 잎은 아직 싱그런 초록인데.

 

넌 땅에서부터 황색을 물들이며

너의 몸 일부들의 생명을 서서히 분리해 가는구나.

 

그렇게 가을의 끝자락엔 우리에게 보이는

 모든 너의 분신들을 갈색으로 물들여 영원한 이별을 고하겠지.

 

겨울의 초입이면 넌 살아도 산것이 아닌듯

죽어도 죽지 않고 기나긴 겨울동안 우리에게서 잊혀지겠지.

 

그렇게 한해를 보내고 만물의 소생과함께

다시금 우리네 곁으로 살며시 녹색으로 찾아와 회색꽃을 피우겠지...

 

 

2010년10월28일 온천천을 거닐다 멈춰본 순간...